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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아빠표 칼국수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주 우연하다.

떠리몰에 들어갔다가 이 것 저 것 장바구니에 담다보니 칼국수가 보인다.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온 가족이 잘 먹는 전통요리중의 하나다.뭐 어려울게 있겠나 싶어 일단 담아 보았다.

나름 자취경력 이십여년을 헤아리는 막무가내 요리사.

일요일 오후 마트에 가서 백종원표 멸치 칼국수 동영상동영상은 아주 쉬웠다.을 본 대로 애호박,오이,멸치,당근,양파등등을

싸 들고 와서 떠억 펼쳐놓고 능숙한? 솜씨로 따다다다닥~~ 야채를 썰어 나갔다.

한 쪽에선 멸치와 다시다가 들어간 육수가 보글보글.
대충 뭐 비슷하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감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치냉장고에 들어있는 감자를 빼서 칼로 썰어보니 헉. 썩었다. 다시 또 하나를 빼니 썩었다.

뭐야 이건. 흠... 결국 열 개정도 잘라내다가 한 개를 건졌다. 우째 이런 일이,

근데 감자를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나?

흠... 검색을 통해보니 그런 말은 없다. 통풍잘 되는 서늘한 곳이라고만 나와 있다.

와이프와 약간의 실갱이를 벌였다. 쩝.

실패의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심란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아빠표 칼국수 만들기에 매진.

백종원표 멸치칼국수에서 본 영상처럼 칼국수를 세심히 어루만졌다. 난 만들어야 한다.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딸꼬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아꼬는 잠시 보다가

지 갈길을 간다. 괘씸한 넘. 이래서 딸이라니까.

와이프가 슬쩍 옆에 와서 냄새 좋다라는 말을 한다. 마음이 사알짝 풀린다.

면을 엉키지 않게 최대한 풀어서 넣고 각종 야채를 넣었다. 정성과 사랑, 뿌듯함을 담아서 말이다.

한 땀 한 땀 실을 기워가는 옷 장인의 자세로 젓가락으로 칼국수를 헤쳐갔다.

가족이 테이블에 앉아 칼국수를 먹으며

눈이 휘둥그레진 딸꼬의

"아빠 진짜 맛있다. 식당에서 먹은 거 하고 똑같아, 똑같아"

"아냐, 식당보다 더 맛있어"하는 아꼬.

"오~~~, 당신 실력있는데.." 하는 와이프의 엄지척과 함께 미소짓는 가족들의 미소.

왁자지껄, 박장대소, 으쓱으쓱,

역시 이 것이 행복이야.

상상했다.

비주얼은 괜찮았다.

그런데 국물이 너무 걸쭉하다.

지금까지 이런 칼국수는 없었다.

이건 칼국수인가, 스...

이건 순전히 감자를 많이 넣은거다.

국수량도 계산하지 못해서 너무 많다. 갑자기 이걸 내가 다 먹어야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냉정하게 판단하자. 육수나 맛은 괜찮았다. 진짜루.

감자를, 그 놈의 감자를 너무 많이 넣어서 전분으로 인해 칼국수가 이 건 뭐 스파게티도 아니고,

몇 젓갈 뜨다가 마는 아꼬가 밉지많은 않다. 딸꼬도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다.너도똒같아.ㅠㅠ

와이프만 자리를 같이 하며 먹는다. 음식에 대한 평을 간단히 몇 마디 나눈다.

양이 너무 많다. 감자를 많이 넣었나봐..........

분위기가 어째 산으로 간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ㅠㅠ

맛은 괜찮았다구.

그 놈의 감자때문이야.

난 또 도전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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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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