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라는 존재를 알 게 된 것이 내가 처음으로 열심히 돈 모아 내 이름으로 계약한 전세집에서 였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산 꼭대기는 아니고 등성이에 있는 집이었는데
그 위로도 집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는 했다. 서울이 크긴 크다. 오밀조밀 하게 모여서 살아간다.
어쩌면 나 어릴때 어렴풋한 TV드라마 달동네? 그랬을 거다.
달동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나도 기억할 정도이니 꽤나 인기있었던 드라마였던 게다.
사업 초기 서대문 오거리 냉천동에 사무실을 얻은 이후 집도 그 근처에서 구하면서 출퇴근시에 오르내렸던
그 길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길이었다. 아침에 산 위로 뜨는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고 길을 내려오는
말 그대로 가벼운 발걸음. 퇴근후 집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집?이라는 생각과
높은 곳에 있기에 차 지나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야말로 조용 그 자체였던 집이었다.
주인은 인천의 공무원인데 투자차원에서 재개발그당시서울은재개발열풍기대로 투자를 했다고 들었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방2개짜리를 구하고 화장실은 정말 비좁았지만 행복한 기분은 나 만의 공간과
문만 나서 잠깐 걸어가면 한가로이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한 입지조건이었다.
한 쪽으로 걸어가면 수목이 우거지고 새소리를 들으며 힐링을 만끽할 수 있었고 또 한 쪽으로 가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철거예정의 아파트가 쩍쩍갈라진 벽면을 드러내며 건재해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하루의 전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나만의 평화를 만끽할 수가 있었는데 위 층에서 어느 날,
마치 아령을 일부러 아래로 찧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밤 11시쯤이다.
처음엔 참을 수 있었던 것이 위 층에는 연로하신 노인 내외분이 살고 있었고 추석이나 설날, 뭐 그런
명절에만 있는 경우였기에 참았는데 추석연휴가 1주일정도되면 내내 그러니 한계에 다다른다.
나도 아파트에서 살면서 위 층에서 아무리 쿵쿵대고 떠들어도 아무 말 하지 않아요.
2층에 올라가서 문을 여니 따님인듯 한 분이 문을 연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우니 조금만 조용히 해 주셨으면 해서요."
이건 내 기억이고 정확치는 않다. 불편한 내색이 당연히 있엇겠지.
"아이들 조용히 놀고 있는대요. 이상하네?"
사실 이런 나몰라라 식의 태도를 싫어하는지라 일단 사과해야 하는거 아냐?,
"무슨 말씀이세요.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방금까지 들렸는대요."
"여보세요. 나도 아파트에서 살면서 위층에서 아무리 쿵쿵대고 떠들어도 아무 말하지 않아요."
이건 적반하장이다. 혐오한다.
"네?"
"위 층이 떠들어서 피해를 받으면 나 때문에도 다른 사람이 피해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야지,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합니까?"
다행히 남편이 나와서 사과를 하기에 그냥 넘어가기는 했지만 잠깐이나마
자기가 피해를 받으면 오히려 동병상련을 가지지는 못할망정 자기도 그렇게 한다는게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건가? 하는 혼돈이 일기도 했었다. 나는 속이 좀 좁은 편이다.
지금의 아파트는 산 꼭대기에 있다. 공기도 좋고 출퇴근시에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는 참 거시기한 곳이다.
이사하고 한 동안 즐거운 기분으로 출퇴근을 했느데 토요일 7시쯤인가? 갑자기 문을 거세게 퉁퉁친다.
뭐지? 하고 문을 여니 잔뜩 성이 난듯한 아래층 아저씨가 너무 시끄럽다고 잠을 잘 수 없다고 언성을
높인다.
"내가 일때문에 이 시간에 잠을 자고 있는데 쿵쿵 소리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일단은 사과를 했다. 아이들이 2명인데 초등학생 그 또래가 그렇듯이 발 뒷꿈치 소리가 날 수도 있고
내가 개의치 못하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을 것이리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아이들이 갸우뚱한다.
"저 책보고 있었는대요."
"전 TV보고 있었어요"
흠... 어쨌거나 아이들이 시끄럽게 할 때도 분명히 있었기에 주의를 주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두, 세차례 올라와서 같은 항의를 하고 사과를 했는데 점점 뭔가 꺼림칙하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영화를 보고 있을 때도 올라오는 경우가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있기에 혹시나 싶어 사과는 했지만,
그런데 3박4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짐을 옮겨놓고 와이프가 짐을 푸는 사이에
담배 한 대 필요량으로 집을 나와 흡연장소에서 담배를 피고 올라오니 왁자지껄하다.
"아까부터 쿵쿵 소리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린 방금 일본에서 돌아왔어요"
""어찌되었든 아이들이 너무 떠드니 조용히 해 주세요"
일단 사과를 하고 보냈는데 와이프의 억울한 표정이 여간 아니다.
도대체 우리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저 사람 이상한 거 아니냐라는 거다.
혼자서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 우리는 없었는데...
우리 위층의 소음도 사실 장난이 아니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소음이 나는데, 의자끄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 못 박는 소리 뭐 그런 소리들 말이다.
그런데 나나 와이프나 좀 둔감한 편이다. 어쩌면 초딩을 둘이나 데리고 있으면서
우리가 피해를 끼칠 경우를 더 많이 생각해서인지 다른 이의 소음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있다.
가끔 위층의 소음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했는데 엘이베이터에서 만난 그 아이들은 우리와 같이
남매이고 우리 아이보다 2,3년 더 큰 아이들이다. 뭐 아이들이야 귀여우니까.
층간소음은 아래층, 윗층만 생각을 했는데 이게 8층 소음이 6층까지 전달이 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하긴, 이 아파트가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인 지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아래층에 내려갔다.
도어벨을 누르니 잠시 뒤에 그 아저씨가 나온다.
"안녕하세요. 층간 소음때문에 궁금한 것이 있어 왔습니다,
"네. 뭔데요?"
"저희가 이사오기 전에 말이에요. 3년전에요. 그 때도 층간 소음 있었지요?"
"네, 있었어요."
"그 때 그 집에 아줌마 한 분하고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쿵쿵 거리고 심하게 소리가 날리가 없을 것 같은대요{"
"..."
"우리 위층에서 시간이 없이 소음이 심해요. 저희는 그냥 저희도 아이들이 있으니
넘어갔는데 아저씨 집에까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 위층에서 소리가 들리면 제가 메세지를 보낼테니 시간이 되시면 올라와 보세요."
"..., 그래요."
나는 억울하다고,
그렇게 올라오고 나서 위 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내가 집에 있을 때는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심정에는 우리한테 그러지 말고 우리 위층인 8층에 가셔서 그 분들한테 큰 소리쳐서
우리도 좀 조용히 살자는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자를 보낸 이후로 우리한테 올라오지는 않는다.
8층의 소음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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