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으로 이사오고 난 후 좋았던 것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놀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작은 놀이터지만 아이들이 보기엔
절대 작지 않을 놀이터. 그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쉼터이기도 했고 중고딩들이 가끔 앉아서 재잘 거리기도 했던 모두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가운데 있던 놀이터의 상징이었던 미끄럼틀 주변으로 테잎을 감더니 통제구역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모이지 않았고 아이들이 없는 곳은 어른들도 오지 않는 그런 황량한 불모지 같은 광경이 연출되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아마도) 변화가 없기에 은평구청 담당부서로 전화를 했는데 예산이야기.
엉뚱한데로 돈이 많이 들어가던데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터에 예산이 안 떨어지는 거지? 공무원한테 말해봐야 뭐하나.
두어차례 답답함에 독촉전화를 하다가 끝.
엊그에 우연히 가다보니 문을 열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노는 곳이 아님에도 말이다. 아니지, 나도 논다. ㅎㅎ
근사하게 간판도 붙었다. 허크의 별장.
리하야 재밌지?
바닥엔 모래가 깔려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던 예전 그네와 달리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모레와 함께 놀아야 한다. 저 모레처럼 끊임없이 변화해 가고 흩어지고 또 손에 쥘 수는 없어도 잡을 수 있는 다양성을
스스로 배워갔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신발에 흙도 담겠지.
흙이라고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서울 바닥에 이런 공간이나마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가. 나는 리후리하를 그냥 이 곳으로
데려오기만 해도 좋은 아빠가 된다. 푸힛!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2015년 6월러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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