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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웬 이 곳은 참 아담한 곳이다. 가끔 이 도시의 여기 저기를 걸어다니며 이 도시에 흥미를 느껴 보려 했었다. 롤러 블레이드를 끌고 끝에서 끝은 왔다 갔다 한 거 같다. 그 정도로 아담한 곳이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번다버그가 큰 도시였다는 것을 느낀 곳. 공장도 없는 거 같고 그렇다고 회사도 없는 거 같은 이 곳의 경제는 어떤 식으로 끌어가는 지 궁금할 정도였다. 대 낮에 TAB에 서성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중국인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그 곳을 지나면 이 곳으로 찾아 오는 사람들과 이 곳을 거치는 사람들.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간이 정류장이 서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동네의 작은 가게를 연상시키는 매표소와 햄버거, 음료수를 파는 간이 식당. 그리고 보웬의 기념품을 파는 가게. 나는 이 곳을 지나쳐 돌아가는 어느 세탁소. 피자집. 그리고 어느 날, 그 곳에 걸려있는 중국집 간판을 보며 중국놈도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웃고 말았다. 그리고 콜스보단 못해도 꽤 큰 가게가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곳에 들렀을 때 내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다가가기 전에 다가 오지 않는 것은 사물도 마찬가지 인 거 같다. 어느 도시나 특색이 있듯이 보웬은 mural의 도시다.누가 그렸나 궁금한 벽화들이 어느 건물이든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 그림은 비행기일 수도 있고 어느 집앞에서 허허 웃고 있는 기분 좋은 노인의 웃음 소리일 수도 있다. 시드니에서 케언즈까지 올라가면서 어느 도시를 가든 이국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호기심은 불안을 억누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호기심은 어쩜 희망이라고 하기엔 거창해도 어떤 기대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여기보단 더 좋고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릴거야라는 착각 말이다. 그 기대는 깨지지 않고 나를 케언즈까지 이끌었다.

다시 펼쳐본 그 때의 일기장엔 데니슨 호텔이 일주일에 77$, 꽤 싼 편이다. 이 때쯤 맨투맨 기본 1권을 끝냈다고 적힌 글도 보인다. 쿠~ 그렇게 해서 두 달을 버티다가 타운즈 빌로 들어갈 계획을 세운것도 보인다. 케언즈에서 소포가 왔다. 고추장, 신라면 두 봉지, 비스켙, 땅콩, 그리고 편지. 지애가 보내왔다.일본으로 귀국하는 날 보내왔다. 지애와의 애기는 이제 기억속으로 묻혀진다. 동갑내기. 다른 한국인의 눈치에도 나와 있어 행복해 하던 아이. 일본에서 나의 영어 공부를 도와 주겠다며 영어 테이프와 책을 보내주겠다며 약속하던 아이. 지금 머 하고 있을까? 그 아인 어땠을 지 몰라도 난 미안하다. 왜 미안한거지? 그 아이가 보고 싶다. 고추장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억지일까? 내가 호주에서 배워 온 것은 영어가 아니다. 돈을 벌어 온 것도아니다. 내가 호주에서 떠나고 또 한국에서 그 곳을 떠 올리면 서 늘상 머리에서 맴도는 것은 그 곳 도 사람사는 곳이다 라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하루에 몇 명이고또 일년엔 몇 명일까? 그 사람중에 내가 외로울 때, 힘들 때, 괴로울 때 그래서 죽고 싶을 때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가끔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 속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말이다. 비록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다시 영악해지고 계산하고 손해 안 보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자신이지만 가끔 뒤 돌아 볼 수 있는 것도 나에겐 여유.

언젠가 그 곳에서 가까운 곳의 해변가로 백팩의 오너가 사람들을 이끌고 갔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 올 것같던 그 곳은 작은 해변이지만 아기자기 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물살은 센 편이었다. 그 곳에서 백팩에서 가져간 스노클링 장비-라고 해봐야 달랑 마우스?달린 수경-를 매고 바닷가에 들어갔다. 물살이 거세어 한참을 휩쓸리다가 나오니 다리에는 온통 바위에 긁힌 자욱들. 숨이 차서 긁히는 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보웬에서의 생활은 적적하거나 따분하거나 머 그런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도 뒤돌아보면 정말 즐거웠고 유쾌했던 쾌락의 시간들보다 고운 색채를 띄울 때도 있는 거 같다. 마치 보웬을 샅샅이 훑어 보겠다는 것처럼 정반대의 길도 가 보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호주의 아름다운
바다와는 전혀 딴 판인 갯벌위의 부두에 앉아 찬 바람 맞아가며 청승 떨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는 좋은 거 같다. 비디오 경마장?과도 같은 TAB에 가서 6$정도 가져가서 잃으면 그냥 오고 따면(이 때는 소리를 질러야 한다. Wow!!)잃을 때까지 해서 잃으면 돌아온다. 거기에 맛들인 병기는 그 곳에서 심심찮게 돈을 벌어서 맥주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도 안하고 하는게 아니라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그 곳으로 출근을 했는데 잃은 날보다 딴 날이 많았던 것 같다. 백팩에서 나가는 버스가 없거나 시내에서 백팩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없을 땐 으레 그렇듯이 히치를 해서 들어왔다. 10년은 기본이고 20년 이상씩 되는 차들이 잘도 굴러간다. 보웬에서 돈을 어느 정도 모아서 Used car를 구해서 여행을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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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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