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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너기(Julian Nergi)는 수더분한 인상의 소탈한 다이빙 마스터였다. 그가 주고 간 책자를 너른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 번디의 햇살을 맞으며 공부하기를 일 주일, 난 줄리앙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강의에 합류하게 되었다. 터미널 앞에 있는 Aqua scuba. 번디에 도착할 때 무심코 지나쳤던 이 곳에서 스쿠바를 배우게 될 줄이야, 정말 사람일은 모를 일 같다. 나와는 전연 상관이 없을 듯한 무언가와 관계를 맺게 됐을 때 갖는 감정은 미묘할 것이다. 하물며 사람과의 관계는 어떨까. 줄리앙은 나와 또 다른 일본인에 대해 배려를 해 주었고 전문용어에 대해서는 쉬운 말로 풀어주며 확인을 거듭했고 그 덕에 무사히 이 틀째 마지막 강의후 이론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었다. 우리는 가까운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부터 풀장에서 수영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기초체력 테스트가 맞을 듯하다. 수영 100m 왕복과 물 속에서 고개만 내 놓은 채 10분간  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풀장이 극히 협소한 관계로 100여m를 헤엄 치는 것이었지만
나에게 그 것은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에 비견 되는 거리였다. 마라톤 선수가 들으면 화낼 일이니 10km 단축 만라톤이라고 하자. 어쨌든 나는 번번이 실패해서 이 후 1주일간을 수영장에서 살게 되었고 번디의 서늘해지는 날씨덕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아 조바심만 더욱 앞섰다. 다음 목표는 프레이저 아일랜드다(Fraiser island). 베낭자들끼리 흘러다니는 대화중에는 어디 어디가 참 좋더라며 여행지를 추천해주기도 했는데 프레이저 아일랜드의 2박 3일간의 사파리 투어를 추천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번디를 뜬 이후 그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풀장에서 악전고투하기를 여러 날 째, 줄리앙은 내가 불쌍해 보였는 지 자유형만을 고집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서 나는 자유형과 배영을 병행하며 때론 잠수도 불사하며 100m를 완주(완영?)하게 되었다. 한 주전자의 물을 마시고 완주 했지만 그 기쁨을 어찌 말루 하리. 인간 승리
다음은 물 속에서 10분간 떠 있기. 주위의 외국인은 농담도 하며 여유있게 떠 있었지만 내겐 수영보다 더 힘들 줄이야. 결국 이 것도 줄리앙이 떠 있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배영자세로 누워 있었지만 여기서는 두 주전자의 물을 마셨다. 이 후 스쿠바 장비의 이용법과 풀장안에서 스쿠바 시연을 했다. 비록 풀장안이었지만 물속에서 숨을 쉰다는 게 이렇게 신기할 줄은 몰랐다. 바다는 어떨까. 이제 바다다. 백팩으로 돌아오면서 몸은 춥고 콧물을 흘러내리며 뱃 속은 풀장에서 마신 물로 연신 요동을 쳤지만 헛 트림을 하면서도 내일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하며 웃고 말았다. 헤~~! 끅!

다음 날 우리는 아침부터 장비를 서로의 몸에 맞추고 부산했지만 모두가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어딘 지 알 수 없는 언덕바지에서 우린 옷을 갈아입었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지애가 따라와 주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무척 고마웠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줄리앙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이유를 물었을 때 파도가 세다는 것이다. 파도가 세다구? 잔잔하기만 한데, 이유는 바다 속에 들어가서 알 게 되었다. 바다속에서 스쿠바 장비를 매고 나아갈 때 물결을 타고 가는게 훨씬 수월하지만 물결을 역류한다고 할까?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면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면 비상시에 의연하게 대처하기가 힘들고 결국은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바깥에서 보는 파도와 바닷속에서 대하는 파도는 그 힘이 다른 것이다. 해보자는 의견에 우리는 스쿠바 장비를 매고 바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바위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고 지애 또한 그 곳까지 따라와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드디어 줄리앙의 신호에 따라 우리는 하나 둘씩 들어가고, 흐린 날씨로 추위를 느낄 만한 날씨였지만 바닷속으로 들어왔다는 경이감과 신비로움에 도취되어 추위는 느끼지 못했다. 바다는 5m앞을 보기가 힘들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수초들과 바위사이로 헤엄치는 이름모를 고기들. 나를 전혀 겁내지 않는 고기들이 마냥 신비스럽기만 했다. 바다는 지극히 평화롭고 우리는 바다 안에서 줄리앙의 신호에 따라 이 곳 저 곳을 움직이며 번디의 앞바다를 만끽했다. 30분쯤뒤 우리는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지애는 여전히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애에게 나는 바닷 속 세상을 애기 해 주며 마냥 기뻐했다. 지애 또한 일본에서 스쿠바를 해 봤다고 한다. 일본의 바다는 세계적인 스쿠바 명소중의 하나지만 값이 비싸다고 한다. 우리는 다시 바다로 들어갔고 그 곳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뒤에 현상해 보았을 때 흐린 날씨 관계로 잘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은 남지만 그 때의 감흥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다음 날 우린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갔고 마지막 바다에서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치고 바다 안을 유영하며 마지막 강습을 마쳤다. 그 날 줄리앙과 우리일행은 어느 바에서 자축연을 했고 나는 같이 온 지애의 강요아닌 강요에 노래를 불러야 했다. 팝송 하나쯤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중학교때 본 뮤직비디오에 반하고 리듬에 반해 버린 "Wham의 last christmas" 우린 그 날 그렇게 자축연을 마쳤다. 번디의 밤거리는 여전이 외로웠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게 되면 줄리앙 너기는 스쿠버 협회에 명단을 통보하며 그 명단의 주소로 자격증은 우송이 된다. 훗 날 집으로 전화 했을 때 자격증이 왓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흥에 겨웠고 무언가를 해 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 다른 계획을 세워야겠지. 떠나는 계획. 지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애는 나와 가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무작정 그녀를 데리고 다닐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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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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