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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써퍼스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주기고 있자니 답답키만 했다. 무엇을 해야 하나. 분명 어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말이다. 기운 내라.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잠시 넌 쉬고 있는거야. 이런 생각으로 써퍼스의 밤거리를 걷곤 했다. 나같은 이방인에겐 너무나 화려해서 감히 범접하기 힘든 곳. 가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보았지만 쉬이 말을 부치기가 힘들었다. 자격지심일까? 다음에 이 곳에 다시 온다면 그 때는 정말 써퍼스를 만끽하리라.

결국은 농장으로 다시 돌아 가야 하는가하는 초라함에 가슴 조이며 침대 한 켠에 세워져 있는 베낭의 귀퉁이에서 백팩 정보지를 빼 내었다. 농장 주변의 백팩에는 일자리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서 좋은 정보가 된다. 물론 100% 믿을 것은 못된다. 그 중에 눈에 뜨이는 Bowen. 그래 이 곳으로 가자. 조금 더 버텨 보자. 농장에서 말이야. 영어 공부나 하지 머, 이런 자기합리와 호주에서 농장생활만 하다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괴리감속에 자신이 그렇게 왜소해 보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지애가 가자고 할 때 같이 갈 것을 하는 아쉬움. 내가 나약해 진 걸까? 여전히 저 바닷가에선 누군가는 써핑보드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즐기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텐데 말이다. 지랄,.. 욕이 나왔다. 누구에게 향하는 걸까? 이런 제길, 어쨌든 여길 뜨자고 결심하니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내일 뜨기로 하고 써퍼스의 마지막 야경을 구경하고자 거리로 나섰다. 써퍼스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 언제고 다시 간다면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싶은 곳이다. 10시쯤 되었을까? 지애와 같이 갈 것을, 하는 아쉬움으로 더욱 허전함에 절어 다니다가 문득 지애가 보여준 유스호스텔 티켓이 생각이 났다. 동경에서 끊어 왔다던 유스호스텔 숙박권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그래, 지애는 유스호스텔을 이용하겠지. 락 햄프턴이라고 했으니 그 곳의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걸어보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락 햄프턴의 유스호스텔 전화번호 몇 개를 알아 내었고 몇 번의 전화를 걸쳤을 때였다. 남자와 여자가 있는 곳이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여자쪽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 수화기를 든다. 나는 쟈니라고 하는데 그 곳에 야마다 지애라고 하는 일본 아가씨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통화를 부탁한다고 했지만 그 아가씨는 모른다고 한다. 순간, 같은 일본인끼리는 잘 알리라 생각되어 일본인을 바꿔달라고 했고 이어 일본 아가씨가 받는다. 그 녀는 지애가 여기 있다고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지애를 부르는 소리가 저 만치서 들린다. 곧 이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 쟈니야.

지애는 락 햄프턴에서 남쪽, 번디에서 3시간 북쪽으로 올라가는 Milliam vale이란 곳으로 간다고 했다. Farm staying. Woofing과는 일맥 상통한 것이지만 우핑의 경우 우프회원이어야 하지만 팜 스테이의 경우는 일반 농가의 주인이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광고를 내어 여행자들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국의 낯 선사람을 집에 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진데 다민족 국가이기에 가능한 제도인지도 모른다. 밀리엄 베일은 또 어딜까 지도를 찾아 보니 내륙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다. 내륙지방은 사막 때문에 덥다는데,... 지금 그 것을 따질 땐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 놓아란다고, 별 생각을 다 한다. 내 앞에 일이 놓여 있다는 건 어쩜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 그 것처럼 답답하고 괴로운 것도 없을 것같다.

밀리엄 베일(Milliam Vale)에서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서퍼스를 홀가분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날 9$가량 하는 와인을 하나 사서 같은 방의 영국인,일본인과 마셨다. 내일 간다고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술 마시면 혀가 잘 굴러가서 그런 걸까?  평소의 영어보다 잘 나온다. 아마 긴장 되지 않은 속에서 두뇌의 활동이 보다 활발해져서 그런건 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영어를 잘 하려면 외국 친구와 술을 많이 마시라고,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그냥 가볍게 넘길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웃고 떠들며 소리를 질렀다. 백팩안에는 퍼브가 따로 있어서 그 곳에서의 소음이 우리의 웃음을 덮어 버렸다. 이 백팩은 일 주일에 한 번씩 가면무도회가 있어서 백팩에서 준비한 옷가지들을 입고 얼굴에 페인팅도 하며 각자의 특이한 모습을 뽐내곤? 했는데 내가 머무른 날 중 그런 날이 있었다. 나는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했지만 말이다. 그 날 지애에 대한 설레임과 밀리엄 베일에 대한 기대로 충만한 밤이었다. 역시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넌 운이 좋은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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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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