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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내일 길위에 김대중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술 마시다가 말이다.

그 전에 볼 까 했는데 게으름때문에 보지 않다가 기운빠지는 일이 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심란한 마음의 정리도 해야겠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보자고 이야길 꺼냈다.

불뜩! 다로드 인생에선 계획적인 경우가 드물다. OK 읏!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회사에 나왔다. 컴퓨터를 켜고 이 것 저 것을 살펴보다가 보니

헉! 맞아. 오늘 극장가자고 와이프한테 이야기했었지. 그런데 막상 회사에 나오니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갈까 말까..상영시간은 오후 1시인데 지금은 10시 30분이다. 밥먹고 가려면 12시에는 도착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다가 보니 머리가 무거워진다.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게을러진 거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망설여지는 것들이 있다. 그래. 거인의 어깨에 기대고 싶다.

내가 지금 겪는 상황은 그 분이 겪어왔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길위에 김대중을 보고 용기라도

얻어야겠다는 심산으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 11시 30분까지 회사 근처로 오라고 했다.

오랫만에 극장을 가니 딸꼬가 묻는다.

"무슨 영화야?"

"아빠가 너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같이 가는거야"

"아니, 그래도 제목은 알고 가야지?"

"기억 이응 이응 기억 디귿 지읒"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길위에 김대중?"

ㅋㅋ 쎄한 기색이 보인다.

"아빠가 극장 잘 안 가잖아. 가족과 함께 꼭 보고 싶은 영화거든."

고개를 끄덕인다. 기특한 딸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나는 예약을 하고 가족은 가까운 롯데리아로 갔다.

예약후 롯데리아로 갔는데... 이 무슨, 한국의 롯데리아인지 이렇게 현란하게 영어를 휘 갈겨놨는지 모르겠다.

이 게 MZ감성인가? 도통 모르겠네. 불편하다.

극장에서 꼬맹이들에게 팝콘을 사면서 원산지를 보니 미국산 옥수수다.GMO 흠...

영화를 시간가는지 모르고 봤다. 딸꼬는 잠깐 보니 졸기도 하고, 다시 깨어서 보기도 하고...ㅎㅎ

하긴 좀 어려운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만족하겠다.

끝날 때 보니 2편이 있을 것 같다.

아꼬와 딸꼬의 티격태격,

아꼬는 아는 척을 좀 하는 편인지라 딸꼬에게 영화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쑥덕거렸나 보다.

"아빠, 지가 아는 내용 나오면 옆에서 아는 척 막 하고... 영화보는데 방해를 해."

"누나는 영화 안 보고 잤잖아."

영화보는 내내 불편했다는 딸의 불평. 누나는 영화 안 보고 잤다며 핀잔을 주는 아들.

그러더니 아꼬가 하는 말.

"아빠, 2편은 보지 말죠."

"응. 그래"

유튜브 스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정치인의 다큐를 보는 것이 참 쌩뚱맞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가족이 함께 "길위에 김대중" 영화를 본 이유를 언젠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1998년 단군이래 최대 경제위기이던 IMF시기 대통령 취임. 그렇게 안 써먹더니 제대로 써 먹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 김 대 중.

ps: 왜 "길위의 김대중"이 아닌 "길위에 김대중"일까? 일반적이지 않다.

"길위의"와 "길위에"의 "길"의 무게감은 길위에서의 "길"이 더 무겁고 존재감이 있다.

위치와 방향성이 느껴지고 행동한다는 의미가 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는 항상 길위에 있었다. 국민이 서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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