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적당한 시간에 적당하게 일어나고 모든 것이 순조로왔어.

택시타고 오면서 응암역에 내렸는데 굳이 택시 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있는 시간이었지.

공항에 도착해서도 문제가 없었어. 에어카페에 들러서 카드사에서 주는 혜택중에 하나인 에스프레소를

들이키면서 맛 드럽게 없네 하면서 담배를 물었어. 날씨는 썩 춥지가 않더라.

케세이 보딩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바로 옆에 한국전통문화센터 부스에서 국악이 양악과 어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박수도 쳤거든.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국악기를 다룬다는게 쉽지는 않잖아.

아직까지 바이올린 다루는 사람이 저런 퉁소나 가야금을 다루는 이들보다 웬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런 편견이 존재하잖아. 사실 국악을 배운다거나 판소리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간다는 사람들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폼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런 분들에게 국가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홍콩에 도착했는데 필까지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게이트가 바뀐거야. 그래서 다시 바뀐 게이트로

옮겼는데 딜레이까지 되는거. 오늘 일어날 일들의 전주곡이었던 거지. 수 십차례 케세이를 타 보았지만

딜레이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뭐 내가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비행기를 탔는데 맨 앞자리. ㅎㅎ 원래 필가는 비행기에서는 그릴에 구운듯한 옥수수가 맛있는 파이가

나오는데 이번엔 빵? 뭐 비슷한 것이 나왔더라고. 세계 경기가 어렵다느니, 어려워질거냐느니 하니

긴축경영하나 했어. 공항에 도착했더니 짐을 찾는 곳이 바뀌었더라고. 아... 필이 경제발전한다고 하더니

바뀌었나 했어. ㅎㅎ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나와보니 쌩판 다른 곳. 허걱. 여긴 어드메냐.

터미널3. 어쨌거나 넌 말라테공원으로 가야하기에 택시를 타려는데 왜 이렇게 줄이 긴거냐.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엄청난 교통정체.

버스도 줄이 있더라고. 음..이렇게 정체가 되어 있고 줄 서있는 길이는 버스 줄이나 

택시 줄이나 엇비슷하더라고.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려보니 택시는 타봐야 3명,4명이지만 버스는

20,30명씩 타잖아. 그래. 일단 버스타고 여길 빠져나가자 하고 버스줄에 서서 앞에 있는 피노이에게

상황을 설명했지. 여기는 터미널2. 새로 지은 것이 아니고 과거에 있었는데 많은 국제항공편이

이 곳으로 옮긴거야. 터미널3보다 교통정체가 더 심하다더군. 공항 바로 앞에는 아파트가 있더군.

그래서 더 막힌다고 하더군.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곳으로 국제항공편을 옮겼을가 한심하지만

난 당장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하니 바클라란으로 가서 택시를 타라고 추천해주더군. 약 2시간을

공항에서 허비한거야. ㅎㅎ

국내항공편도 이 곳에서 내리는지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줄을 기다리고 있더군.

바클라란 까지 와서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왜 이리 삐끼가 많이 있는지 ㅎㅎ 다른 여행지도

가 보았지만 삐끼들이 택시를 잡아주면 팁을 요구하지. 택시기사한테 요구하던지 아니면 손님한테

요구하던지 말이야. 사실 잡아주는 것도 아니지. 내앞에 서는 택시를 공연히 앞장서서 문을 열어주고

팁을 강요하는거야. 짜증 날만 하지 않겠어. 간신히 택시를 잡았는데 삐끼가 중간에 끼어서 돈 달라고...

솔직이 얼마 안되는 돈도 정말 아까울 때가 있거든. 자의가 아닌 타의, 강요를 할 때는 돈이 썩어남더라도

주기가 싫어. 문을 안 닫고 버티다가 지풀에 지쳤는지 문을 쾅 하고 닫고 출발했는데 이번엔 기사가.

말라떼까지 가는데 얼마 줄거냐네. 헐... 미터 올리라는데도 막무가내. 안 간대. 그래서 내려달라고 했지.

두 번째 택시를 간신히 잡았는데 또 그 소리. 헐.졌다. 350부르는거 300에 쇼부치고 달리니 고분고분한

택시 기사. 에혀..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긴 하다. 말라떼의 리메디오스 서클이 보이고 

스타게이트에서 내려서 보니 어? 항상 보이던 가드가 안 보이네. 시큐리티가 항상 서 있거든.

문안을 들여다 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막혀있는거야. 이럴수가. 무슨 일이 생긴거냐.

옆가게 사람에게 물어보니 리뉴얼한다나? 여하간 근처에 비슷한 곳을 물어보니 다음 블록의

망고인을 알려주기에 그 곳으로 가서 방을 잡았어. 1300페소인데 1주일 머무른다고 하니까 1100페소.

그리고 지금도 있을까 했던 시큐리티 프렌드를 찾아나섰지. 안지 한 10년 되지 않았을까?

2년만에 본 얼굴이라 너무 반가웠지. ㅎㅎ 아이가 넷인데 정말 성실한 친구지. 

가지고 갔던 화장품 선물을 건네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항상 문제는 돈인 거 같아. 

하긴 필리핀에서 아이 넷을 키운다는게 쉽지는 않거든. 와이프는 전업주부인데다가 남편 혼자서 

시큐리티로 일을 하는데 어쩔때는 새벽까지 근무를 하는 것 같아. 아니다. 

어쩔때가 아니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말이야. 주차정리도 하고 말이지.

예전에도 나를 집에 초대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집에 초대하려고 하더군. 물론 호의에서 비롯된

거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어느 일가족 사기단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쉽게 초대에 응하지를 못하겠더라고.

결국은 가지 못하겟더라고. 

공항에서 햄버거를 먹긴 했는데 속이 궁해서 근처의 니혼바시테이의 일식집으로 왔지.

벤또메뉴인데 350페소치곤 건실한 모듬을 보여주지. 원래 점심메뉴인데 주변에 일식집이 몇 개 있거든.

그래서 밤에도 제공을 하더군. 그래도 이 곳이 제일 나은 것 같아.

휴..뭐 순식간에 12시를 넘긴거야.

오랫만에 왔으니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서 찰칵.

렌데즈보스에서 소주에 산미겔 소맥! 훅 가네. ㅎㅎ

이 친구도 뭐 썩 반가운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 아는 친구지. 담배를 파는 친구인데 이런 친구들이

이 곳 리메디오스서클의 생태계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듯 하다. 스낵파는 꼬마. 땅콩파는 꼬마. 잔돈을

구하는 할머니들. ㅎㅎ 오랫만에 보니 반갑더군. 자기도 나를 안다는 듯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목이

마른지 맥주 한 병 사달라고 해서 OK. 그런데 대화를 하려고 했더니 영어를 못해. 에혀... 친구야.

어쩌란 말인가.


이 포스팅을 렌데즈보스에서 하고 있는데 헐...모기가 있다. 어딜 가나 불청객들은 있군. 내가 필리핀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군. 후훗. 필리핀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하다. 모두가 말이야. 그 것이 목적이든 또 다른 목적의 수단이든.


마닐라베이에 신고식을 하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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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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