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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호주를 상상할때 그 상상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곳을 순전한 내 기억으로 뽑는다면 그 곳은 케언즈이다.


다행히 쉐리단 스트리트에서의 생활은 순조로웠다. 일본인들을 가까이 지켜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생활이나 주위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그들의 습성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였다. 더군다나 일본인 요시다와 류. 여자 한 명, 그리고 이태리인과의 생활은 흔치 않는 기회일 것이다. 아래층 거실에서 류가 자고 2층 큰 방에서는 나와 요시다, 그리고 이태리인이 생활을 했다. 이태리인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태리인은 참 재미있는 친구였다. 이태리인 성격이 호탕하고 박력있다고 한다. 민족성이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길을 가다가도 여자들에게 how's it going! 을 외치는 친구였다. 좀 밝힌다고 해야 하나? 크~~ 웃음을 참 호탕하게 웃곤 하는 개구장이 같은 친구였다. 하지만 뒷날 이 친구는 한 달 정도 생활을 하다가 자기의 친구집으로 옮기게 된다. 한 번은 모처럼 쉐어하는 이들끼리 비치(예의 그 유명한)에 놀러갔다. 케언즈에서 제일 잘 나가는 디스코텍 말이다. 우린 맥주를 간단히 마시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자기 아는 친구를 만났는지 다른 팀과 합류해서 즐기는 줄 알았는데 그 것이 아니고 모르는 여자들과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류, 그리고 또 한 일본인(와세다 대학생)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못보던 여자가 다가와서 노골적인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쩌비... 난 몇 번을 돌아서서 동료들과 추었다. 아마 동료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그런데 이태리 친구의 눈빛이 나와 몇 번 마주친 것이었다.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길래 애써 피하고 말았는데, 그 와중에도 이 여성은 쩝... 이태리 친구가 다가와서 속삭인다. " 재 건들지 마라. 내가 찍어놨다" 난 그냥 웃고 말았는데 그 여자가 나에게 묻는다. 나 싫냐고, 난 싫지는 않지만 난 친구들과 왔고 그 중에 한 명이 너를 맘에 들어하는 거 같다며 사양?의 뜻을 표했다.. 누구냐는 물음에 그 이태리 친구를 알려줬더니 하는 말. "난 재 싫다. 너가 좋다"
그 아가씨는 유고슬라비아 아빠와 일본 엄마를 둔 혼혈아였다.

그렇게 조용히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한동안 이태리 친구가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눈치였다. 크...그래서 몇 일동안 풀장 옆에서 발차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다시 좋게 지냈다. 흐미~ 아래층에서 자는 류는 한 동안 면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뒷날 몇 년전에 개봉한 베트남전 배경의 씬레드라인이라는 영화에 일본군으로 엑스트라 출연을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그 영화에 촬영할 정도로의 매력적이었던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한다는 그리 흔치 않은 경험과 페이또한 하루 120~150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여행객에겐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요시다는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어학원을 계속 다니는 풍족한 환경의 학생이었는데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성향이었던데 반해 요시다는 목소리도 크고 웃음도 크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의 젊은이였다. 이들과는 지난 한일의 과거에
대해서 애기도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무관심한 이들의 태도에 공연한 열만 내던 내 모습이 철없던 거 같기도 하다. 일본의 보통 젊은이들은 한 일의 과거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다. 독도가 다케시마가 어디에 붙어 있는 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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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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