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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보완에서 전철을 타고 들어오는 길이다.


한 시간 가량을 지하철에서 타고가야 하지만 다행이 갈아타지 않는다.


휴,다행이다. 자리에도 사람은 차지 않아 한가하다.


퇴근하는 사람, 하교하는 학생,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 있겠지.


공연한 탐색중 지하철에서 대각선으로 앉아 있는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뼌히 쳐다본다. 3초정도? 아니다 꽤 길었지. 5초는 될 거야.

 

나 보는건가? 아님 다른데 보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야.

 

나 보는구나. 그 소녀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무안해지며 눈을 피한다. 동시에.

 

왜 다시 그 쪽을 봤을까? 헉! 같이 또 마주친다.

 

흠. 웃어주자. 조금은 억지웃음을 지어본다.

 

두 눈 동그레 뜨더니 살짝 미소를 짓는다.

 

억지로 지은듯한, 하지만 기분상하지는 않은 것 같아.

 

공연한 장난끼가 발동한다.

 

한 동안 계속 쳐다본다. 살짝 곁눈질 하는 듯 하더니 또 눈이 마주친다.

 

이번엔 금새 다른 곳으로 눈길을 향하지만 내 웃음은 그치지 않는다.

 

아직 자리는 꽉 차지 않았고 내리려면 멀었는데 저 소녀는 어디에서 내릴까?

 

혹시 나와 같이 내리는 행운? 혹은 인연? 공연한 기대감은 또 뭘까.

 

계속 볼까? 웃길거야. 민망하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지하철TV에선 무엇을 하나.

 

똑같다. 사람들 지하철에서 하릴없이 먼산 쳐다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어디론가 통화를 한다.

 

살짜기 곁눈질로 보니 나를 본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소녀는 다른 곳을 쳐다본다. 아주 빠르게.

 

또 웃음이 나온다. 참 빠르다. 웃는 와중에 소녀가 다시 나를 본다.

 

더 큰 웃음을 지었더니 살짝 목례를 한다. 나도 같이 목례를 한다.

 

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왜 목례를 하지? 난 왜 답례를?

 

지하철은 잠시 멈추고 또 달린다. 점점 내릴역에 가까워진다.

 

기대는 더욱 커진다. 그렇게 눈을 마주치고 웃고 또 목례를 하면서 지하철은 간다.

 

아직 네 정거장이나 남아있는데 소녀는 주섬 주섬 일어선다.

 

내 옆으로 온 소녀는 나를 보곤 옅은 미소와 불그스레진 볼을 머금은채 가벼운 목례를 한다.

 

나도 그렇게 답례를 한다.

 

문이 열리고 소녀는 문을 지난다.

 

나도 내릴까 하는 충동이 생긴다.

 

그냥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 것도 기억이라면 기억으로 추억이라면 추억으로 남기는게 좋을 것 같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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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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