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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탔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머라 머라고 농담을 한다. 그냥 웃고 말았다. 자리에 앉았다.이제 시드니는 안녕이구나. 안녕, 버스는 시내를 지나 어딘지 모르는 광활한 대륙 (정말 호주는 땅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골과 도시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을 지나고 있었다. 하염없이 달리기만 하던 버스 안에서 막연하게나마 스스로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 덧 어둠이 창가에 서성인다. 버스안에서만 있으면 시간이 더디 갈 것같은데 그렇지만도 않은 가보다. 어떤 조바심때문일까. 버스의 에어콘 냉기로 인해 한기를 느껴 가져 온 모포로 감싸보지만 마찬가지다. 공연한 처연함까지 더해 더욱 우울해지던 그 날밤. 얼마를 달렸을까. 버스는 세 네시간에 한 번씩 주유소에 으례 붙어 있는 작은 가게에 정차하곤 했다. 20분정도의 휴식시간. 사람들은 저마다 휴계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진열장에 놓여있는 햄버거들과 다른종류의 음식들이 참 맛나게도 보인다. 잠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제일 싼 햄버거 하나를 집어들었다. 밖에 나와 도로 가에 앉았다. 하늘을 보니 참 별도 많다. 저 수 많은 별들이 처량하게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후훗! 햄버거를 먹으며 시드니에서 가져 온 우유로 목을 축였다.

아침 나절 따스한 햇살에 겨워 눈을 떠보니 버스는 브리스베인 시가지에 들어가고 있었다. 햇살! 앞으로 약 4시간 뒤에 다시 버스를 갈아탄다. 그 동안 브리스베인 시가지를 돌아볼까 하다가 무작정 터미널에 앉아 햇살을 맞고 있었다. 그 때 그 햇살이 기억에 난다. 브리스베인의 햇살. 왜 그리도 버스안에서 떨어야 했는 지, 밤새 쪼그리고 누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창밖을 보다가 모포를 쥐던 손에 힘을 주길 거듭하다 맞이한 아침! 그 햇살이 너무 반가웠다. 햇살에 눈꺼풀을 맡겼다.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한국말 소리. 눈을 떠보니 남 녀가 애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신혼여행으로 이 곳을 택했으며 이제 막 도착한 신혼부부였다. 베낭여행중이라는 말에 그들은 일말의 부러움을 표했고(남의 속도 모르고) 잠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어쨌든 반가운 한국사람. 곧 그들은 사라져갔고 난 다시 혼자다. 브리스베인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다음엔 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온다면 좋겠다. 브리스베인을 거쳐 시드니로 내려갈 땐 말이다. 그 때 혹시라도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난 무슨 말을 해 줄수 있을까? 그래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 햇살이 너무 좋다. 하~ 문득 시드니가 생각이 난다. 어제까지 있었던 곳인데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 지, 사람들, 사람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번다버그로 가서 일이 잘 풀려야 하는데 그래야지 그들에게 자신있게 전화를 나의 근황을 말할 수 있으니 말이야.
어느덧 차는 다시 출발했다. 이제 6시간 뒤면 번다버그다. 어떤 도시일까? 지도에서 보는 번다버그는 꽤 큰 도시로 나와 있었다. 퀸즐랜드에서 5손가락안에 드는 도시이니 말이다. 이 곳에서 3개월 버티자. 그 정도면 어느정도 돈이 모이겠지. 그러면 그 걸로 나도 어학원에 등록하는 거야. 이런 상상을 하고 있을때가 행복이겠지. 호주 버스는 냉방이 너무 잘 된다. 추울정도로,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져온 모포를 동여맬 뿐이다. 이상하군... 버스는 번다버그에 도착한다.

한국 여느 시골의 한적한 터미널을연상시키는 곳이다.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스킨스쿠버 강습소. 번다버그를 떠나기 전 이 곳에서 스쿠버 라이센스를 따게 되지만 그 때에는 나와는 전혀 별개인 곳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서서 너무나도 작은 터미널을 지나 작은 계단을 내려서자 길 건너에 시드니에서 전화로 문의를 했던 백팩이 눈에 뜨였다. 이 곳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있을 지,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계단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날씨는 너무 따스했고 4차선 쯤 되는 거리에는 지나는 행인이 보이지 않았다. 간혹 지나는 차량들이 도시의 소음을 확인시키곤 했다. 베낭을 짊어지고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노트북은 왼쪽 어깨에, 그리고 시드니에서 산 작은 가방을 앞으로 메고 눈 앞에보이는 백팩으로 걸어들어갔다. 할머니가 리셉션에 앉아 계셨고 그 아래에는 큰 개가 물끄러미 방문객을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주섬 주섬 영어단어를 챙겼고 할머니는 나같은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 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을 하셨다. 일거리는 한 달쯤 뒤에 있을 거라는 거와 방세는 일주일에 95불이라는 것 등, 나는 다른 백팩을 물었고 그 분은 다른 곳을 말씀하셨다. 한국인이 이 곳에 있냐는 말에 1명있다고 해서 나는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그 는 지금 없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다른 백팩을 찾아 나설 때였다. 한국인. 첫눈에 봐도 한국인인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반가움에 내 사정을 말했고 도움을 청했다. 음. 하지만 그는 귀찮은 듯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지라 혹시 썬이라는 사람의 외모를 말하며 혹시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백패커스(이하 프린스)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프린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10분쯤 걸어왔을까? 작은 다리를 건너자 펼쳐지는 잔디로 깔려진 운동장이 보인다. 길 건너에서는 여학생들이 운동경기를 하고 있었고 난 잠시 베낭을 내려놓았다. 땀에 절어 있던 셔츠와 모자가 더욱 불어오는 바람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었다. 호주의 여학생들은 치마를 많이 입는다. 청바지를 입는 청소년보다는 치마를 입은 청소년들을 많이 봤다. 이상도 하지. 치마를 입고 구기 운동을 하는 모습들. 어쨌든 그들의 웃음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 같았다. 치마입은 소녀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상큼한 향기를 품은 것 같다. 다시 10분쯤 걸었을까? 4거리의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프린세스가 보였다. 드문 드문 보이는 건물 중 하나.
군인이 검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고 있었다. 프린스의 전면 벽에 있는 간판이 특이했다. 군인의 모습과 주위의 황량한 모습. 여기가 프린스. 삭막함이 절로 드는 분위기다. 4거리 주위로 건물이래야 네 다섯채 정도. 을씨년 스럽기까지 한 정경속으로 들어갔다.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나온 사람은 구렛나룻을 기른 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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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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