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하나가 있다. 사회나와서 만난 유일한 친구인데 햇수로 10년을 넘었으니 사회에서 사귀었다고 하지만 불알친구 못지 않은 놈이다. 간혹 술 한잔 생각이 나면 카톡이나 전화로 약속을 잡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 놈은 강남에서 일을 하는데 이번엔 종로에서 얼굴을 보기로 했다. 퇴근후 일직 사무실을 나와서 독립문역으로 가니 개찰구 너머로 태극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의 태극기가 원형에서 변형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 몰랐다.
태극기에는 짧게나마 사연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글이 실려있었는데 독립군진군기가 눈에 들어온다. 만주벌판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피를 흘렸을 그 분들이 고이 품었을 태극기가 바로 저 것이다.
숙연해진다.
종로3가에서 내려 낙원상가를 돌아가는 길에 있는 길 가의 수 많은 주점들.
날이 더워지니 테이블이 바깥으로 많이 나왔다.
내가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첫 번째가 저렴하다는 것에 있다. 물론 첫번째 이유이고 그 것에 부연되는 것이 진심이다.
탑골공원 주변으로 있는 식당이며 커피자판기, 이발소등 하나같이 일반 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고 맛이 없거나 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저렴한 가격은 어떻게 만들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저 음식업이라는게 이윤이 많이 남는 업종이고 손님만 많다면 충분히 가격은 떨어트릴 여지가 많다고 짐작해 볼 뿐이다. 주변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벼운 주머니로와서 약주 한 사발 드시고 안주삼아 이 것 저 것드시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모여있다.
줄서서 들어간 곳이다. 홍어무침과 소수육 大자. 그리고 물냉면과 소주 두 병을 마셨다. 다른 음식에 비해서 물냉면값이 그리 싸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맛은...사실 맛도 별로였다. 다만 소수육이나 홍어무침은 먹을만 했다. 이마트 같은 곳에서 사는 칠레산 홍어는 비린내와 톡쏘는 홍어 특유의 맛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 것을 무침으로 해서 그런지(아마 칠레산일게다) 비린내는 사라지고 무쳐서 먹는 오독오독한 맛과 야채가 어우러져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원래 흑산도 홍어와 같은 맛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흑산도 홍어맛도 가물가물..아니 글쎄... 다시 먹어봐야 알 것 같다.
홍어무침이다. 작은 접시에 들어있어서 역시 비싼 요리?구나 하지만 야채와 버무러진 홍어맛은 일품이다.
사실 소수육 맛은 모르겠다. 친구는 소를 좋아하더라. 난 돼지가 좋은데 말이다. ㅎㅎ
이렇게 국물이 함께 나온다.
그 곳에서 1차를 하고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찍은 곳. 그래. 선지해장국이 2000원이다. 서울 시내 이런 곳 드물걸?
반경 500미터 이내로 대한민국 음식종류는 다 있는 듯 하다. 주머니 가볍고 친구들끼리 오붓하게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싶다면 종로 3가로 가면 된다.
2차로 들른 곳. 오징어회를 먹었는데 그 날 뉴스를 보니 오징어회에 안 좋은 뭐가 있다고... 쩝.
흠.. 웬지 찝찝. 먹고나서 찝찝한 게아니라 다른 것을 시키려고 하자 주인아줌마가 오징어회가 제맛이라고 하는 통에... 혹시 이런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니었나 하는 찝찝함 말이다.
순대국을 좋아한다. 아마 순대국에 들어가 있는 푸짐한 돼지고기와 또 분식집에서 먹어봤을 순대를 한 꺼번에 먹을 수 있다는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연유하는 호감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대문역에도 순대국 맛집이 하나 있다. 국민은행 독립문점에서 독립문으로 약 20미터 올라가면 약간 들어간 곳, 그러니까 육교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이다.
신천순대국에는 보통과 특이 있는데 양의 차이다.
여기다가 고기를 찍어먹고 난 이후 나머지는 휙 순대국에 부어버린다. 그러면 간이 따악 맞는다.
기본 찬이다. 물론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면 준다.
아쉽게도 순대국을 못찍었다. 먹느라고 말이다. 이러면 맛있는 이유는 충붆한 것 아닌가? 포스팅하겠다고 반찬까지 찍었는데 정작 순대국이 나오자 먹느라고 못찍었다는것 말이다.
맛이 담백하다. 그리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고기. 그리고 자알 익은 김치는 더욱 순대국의 맛을 알싸하게 해 준다. 서대문역에 갈 일이 있다면 출출해진 허기는 이 곳에서 달랠 수도 있다.
일단, 저렴하고
이단,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