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가 가지고 있는 창고를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다. 리플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크고 어둡고 헤어나올 수 없는 창고에 갇힐 수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창고에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유라고나 할까? 누구나 마음에 창고를 가지고 있다.
밤에는 피아노조율사, 낮에는 호텔 화장실에서 호텔보이로 일하는 리플리. 갑자기 다가온
행운 혹은 파멸로 가져올 지도 모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태리로 디키를 만나러 같다.
디키는 선박부호의 아들로 누구나 꿈꿀 자유를 만끽하며 현명하고 아름다운 마지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를 듣기 위해 까페를 드나들고 돈을 물쓰듯 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가질 수 있어 행복이 떠나지 않을 것만 같은 디키를 뉴욕으로 데려오기
위해 접근한 리플리.
그 가 시작한 작은 거짓말은 행운을 가져오고 그는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듭된 거짓말과
처신으로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듯 하다.
자신의 초라한 현실과 행색으로 인해 연주회가 끝난 후 남몰래 피아노를 치며 대중의 갈채를
받는 주인공의 화려함을 상상하던 리플리에게 디키는 현실인 그의 이상형인지도 모른다.
어쩜 누구나 상상해 봄직한 것들 아닌가.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
술과 여자 그리고 음악에 되취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재즈바에서 선뜻 적응못하지만 그들의
써클에 끼어들려고 하는 리플리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재는 것은 어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런 환락의 언저리에서 잠깐이마나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겠지.
그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지도 모르겠다. 곧 꺼질 물거품일 뿐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마지가 있음에도 같은 동네의 산드라를 연인으로 두고 있는 디키.
어쩜 그에게는 엔조이였는지 모르지만 디키의 아이를 임신한 산드라에게 디키는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이다. 결국 그 녀의 선택은 디키를 혼란에 빠트린다.
형제와 같은 디키의 친구이기를 희망했던 리플리에게 디키는 그저 잠깐 즐기다
실증을 내는 그저 그런 친구중 한 명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산레모에서의 마지막 여행은
어쩜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이별여행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마지와 결혼한다는
디키의 말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다툼을 벌이다가 디키를 죽이고 만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아래 요트에서 벌어진 일들은 찰랑이는 짙푸른 바다의 배경은
잠시나마 평온함을 주는 것 같다. 동경에서 흠모 또는 연민으로 바뀌는 리플리의 감정변화는
어쩜 이루어질 수없는 비극적인 결말을 예고하는 지도 모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인물선이 상당히 굵다.
디키와 리플리는 물론 리플리를 의심하게 되는 마지의 연기는 스토리의 긴장감을
한없이 높여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이 말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살려주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가 없는 영화. 군더더기도 없고 음악은 물론 장면 하나 하나에
스토리가 담고 있는 각 인물사는 마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웅장함까지 느껴진다.
리플리가 디키에게 갖고 있던 감정과 피터가 리플리에게 갖는 감정은 무슨 차이일까?
환상속에서만 존재하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디키, 리플리를 만나면서 피터가 갖게 되는 감정.
영화에서 이 감정들이 들어가는 이유는 어쩌면 감독이 리플리가 가지고 있는 창고의 크기와 깊이.
그리고 그 것에 담을 수 있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 정직하지 못한 이유를 말이다.
삶은 영화다.
영화는 삶을 반영한다.
이 영화를 모처럼 3번 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명작중 하나다.
스릴러로서도 꽉 차 있는 드라마의 스토리가 몰입감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