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에게 보답한다*
학창시절 나름 전국일주를 해 보겠답시고 감행한 모험? 뭐 그런 것이었다. 동기는 그 해 여름 필리핀
어학연수를 가는데 그 전에 우리나라 땅부터 제대로 밟아보자는 나름의 명분이었다. 젊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줄 알았다. 하긴 시간이 많았고 다행이 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여행이었다.
강화도를 시작으로 대전,전주,목포,완도에서 제주도, 다시 완도에서 해남, 경주로 강원도로...
그냥 지도를 보며 핸들 가는데로 달렸다. 독도를 최종종착지로 생각하고 말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토대로 하나 하나 짚어가던 곳들.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치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해준 책. 내 인생의 책이라고나 할까? 어. 이야기가 샜다.
몇 장없는 사진중에 그 나마 이게 하나 남았다. 여기가 어디인가 싶어 지도를 찾아보니 덕진공원 아니면
완산공원이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쩝. 공원을 찾으러 어느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찾아갈 수 있었던 곳.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르다가 발견한 벤치에서 촬영한 사진.
이 여행의 끝은 우연하게도 단양이 되었다. 우연은 아니고 사고로 인한 결과라고나 할까..
나름 을릉도로 가기 위하여 동해인가? 태백으로 달리던 중이었다. 마지막 종착지인 독도를 가려면
먼저 을릉도를 가야 하고 을릉도를 가기 위해선 배가 있는 곳이 그 곳중에 한 곳? 이라고 들었던 기억.
아마도 그래서 그 곳들중 한 군데를 향하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낮시간을 이용해서 잠을 자고 밤에는 추우니까 달렸던 것 같다. 산길이었다. 굽이 굽이 도는 길들이
왜 이리 많은지, 강원도라 그런건가. 국도가 있는 평지는 그래도 눈이 녹았는데 산 길은 그렇지 않았다.
산등성이는 어둑어둑하고 검푸른 나무들이 으시시하기까지 한 길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왜 이런 고생하지?" 을릉도가 가까워지면서 드는 생각은 아마 이 때가 절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것을 이겨냈던 것은 젊었을때 한 고생은 언젠가 나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론이 나를
버텨준 것 같다. 물론 지금은 틀리다. 난 지금도 젊으니까, 고생하고 있는가. 그 고생이 기회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넌 젊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갑자기 타이어가 제동이 안된다. 빙그르르 크게 원을 그리면서 돌더니 순간 어딘가에 부딪친다.
우선 상황판단. 깃발로 보이는 대가 부러져 있다. 2,3개? 조수석 문으로 부딪쳤는지 가운데가
쏙 들어가 있다. 목격자는? 마을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 하다.
그럼? 튀자. 그렇게 2시간을 앞만 보며 달렸다. 큰 길로만 말이다. 무조건 직진. 한 동안 달리다가
내 차는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보니 조수석뿐만 아니라 범퍼도 덜렁거리는 듯 하다.
그 때 발견한 것. "아뿔싸" 번호판이 없다. @@
다시 큰 길로 돌아가서 찾아보니 다행히 번호판은 그대로 있다. 그렇게 어설프게 끝난 전국일주 기억.
그 때는 독도를 아무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게 아니어도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는
전국일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어른이 되었다. 객기로 치부될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지금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확실한 좌표점을 확인한다.
그 것이 다다를 수 없는 꿈이라 할 지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은 그 때의 꿈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기에 손에 닿는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나는 젊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