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언제라고 단언할 수 없던 시절의 기억들중 하나는 방역차 뒤를 쫒아다녔다. 아마 70년대나
80년대 초반인데, 우다다다..하면서 하얀 연기를 뿜는 차가 올 때면 남자아이,여자아이 가릴 것 없이
그 뒤를 쫓아 몰려다녔다. 차는 동네 이 곳 저 곳을 다녔기에 아마 우리도 그 뒤를 쫓아 다녔고
방역분사기 옆에 앉은 아저씨는 막대기를 들고 가까이 오지 못하고 휘이 젓고는 했다.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비교적 정확한 기억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고 그 것들은 삶의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궤적으로 오마주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성남시 상대원동. 대원초등학교, 사기막골,
희망대공원등이 그런 것들이다. 아직 시멘트로 발라지지 않은 동네 골목에서 구멍을 파서 구슬치기를
하고 축구공을 내 지르기도 했다. 김인수라는 친구 이름도 아직 잊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있다.
대원시장에서 닭집을 하던 김인수네 집. 나와 같은 나이였는데 이사 온 나와 인수를 싸움 붙인 적이
있었다. 이사를 와서 친구가 부족했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아이에게 싸움을 붙였던 동네 형. 뭐 그런
시절이었나 보다. 지금같으면 대리점이었을 전파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집 딸을 좋아했던 것 같다.
뭐라고 할까. 내 눈에 콩깎지라고나 할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그냥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유치하지만 그 아이의 생일에 인수는
초대하고 나는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슬퍼했었나 보다. 그런데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오르면서
왜 내가 가난해서 초대하지 않았을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랬다. 우리집은 3층건물의
옥상 슬라브집, 옥탑방.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그런 집. 집뒤에는 목재가 쌓여있어 학교갔다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방, 밥통에서 오래된 밥이 주는 특유의 냄새와 죽비슷하게 되어 버리는 밥을 퍼서
찬장의 간장이나 고추장을 빼내어 비벼먹다가 그 목재뒤로 버리곤 했다. 훗. 뭐 그런 시절이었다.
학교에선 그나마 학생들과 친하게 지냈었다. 도시락을 못싸갈때가 있었는데 짝꿍과 함께 도시락을 먹던 기억이 난다. 참 착한 아이였는데.
그리주. 내 인생에서 가장 또렷하게 음각되어 있는 광주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아마도
내가 나이 들어서도 나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같이 놀기도 많이 놀고
싸우기도 많이 했던 곳. 만화가게 종수와는 참 티격태격 많이 했지. 그리고 동네 끝에 있는
형제.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형은 나와 동갑이고 동생이 한 살 어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도
짖궂었는지 형이 키가 작았는데 난쟁이라고 놀려서 동생과 싸움이 붙고 그러다 보면 형제와
싸웠었다. 그렇게 싸우면서도 집에가서 잘 놀고 또 싸우고...
당시 내 별명은 서울분유. 서울에서 왔다고 서울분유란다. 유치하지만 그 별명을 참 싫어했다.
김주형. 나와 초등학교,중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내가 서울로 올라온 이후 못 보다가 아이러브스쿨로
인해 알게 되었다. 주형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결혼도 하고 어릴때와 달라진 것
없는 모습에 감격적이기까지 했었다. 뭐 암웨이라는 이야기만 없었으면 지속적인 연락이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세상이 사람들을 변하게 하는지 그렇게 지나간다.
리후,리하와 함께 놀이터에 왔다가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심 오랜 친구를 만난 양 반가움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했었던 놀이를 아이들도 한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흙이 없어서 단지 맞히는 단순한 놀이로 변형이 되어버렸다. 구멍을 파서 그 구멍을 다 돌던 나름
질서정연했던 규칙은 사라진 구슬놀이. 뭐 어쩔 수 있나. 흙이 없는데.
골목길은 점점 좁아져서 아이들이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드물다. 술래잡기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오징어등도 없다. 발야구나 하루(야구 비슷한 손야구놀이)나 축구등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하긴 스마트폰이 있고 컴퓨터가 있겠지만 그 것이 그 때의 구슬치기를 대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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