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의도하였든, 의도치 않았건,
그런데 평탄치 못한 성격, 둥글지 못한 모난 캐릭터가 어디 가랴. 어쩔 수가 없다.
중국 출장중에 마플로 온 한 통의 메세지. 모 인터넷 언론사에서 의도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한다. 다행이 검색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음해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다분히 작의적인 기사를 내 놓았다고 해서 처음엔 반신반의 했는데 링크된 기사를 보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처음엔 그냥 두라고 했다. 뭐 그다지 유명한 신문사도 아니고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말이다. 할 일도 많은데 저 것에까지 또 신경을 써야 하나 하는 귀차니즘이
있었을게다. 그런데 한 시간 쯤 뒤 다시 온 메세지를 통해 결국은 칼(?)을 들고야 말았다.
2년전에 근무했던 전 직원이 그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그 기사의 소스가 분명 그 직원에게서
왔을거라는 감정적일지도 모를 정보를 얻은 것이다. 그 당시 직원은 수습을 마칠무렵 회사에
적응 어려워 정직원이 되지 못한 사람이었다. 물론 작은 회사이니 심히 고려치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퇴사과정에서의 일이 매끄럽지 못했었다. 내가 볼 땐 별 것 아닌 일이라
하더라도 어떤 연유로 그 것이 다시 불거질땐 그에게 실제의 그 것보다 더욱 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리라.
이미 직원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양자가 참석한 후 중재가 이뤄져야
했으나 중국에 있는 관계로 참석을 못하고 귀국후 4일뒤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처음이었기에 기사의 취지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기사가 팩트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료들을 취합하면서 퍼즐 맞추듯 하나 하나 대응방법을 만들어 갔다.
"또 좋은 경험 하는구나"
프레스 센타에 도착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들어가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중재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되었다. 약 한 시간정도 한 팀씩 중재를 하는 것 같은데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간다. 중재위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는데 같이 기다리던 사람중 두 명이 해당 언론사에서 나온
이들이었다. 한 편으로는 자기 부하들로 인해 나온 상황이다 보니 안스러운 생각도 들기도 한다.
드디어 우리 중재의 시간이 다가오서 문안으로 들어서니 흡사 재판정 모습이다.
중재위원들은 4명정도가 들어왔는데 법원에서 나온 사람도 있고 언론사 출신도 있는 것 같다.
법적권한은 없는 만큼 권위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적구성일 지도 모르겠다. 하긴 여기서 중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사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니 가급적 여기서 조정을 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을지 모르겠다. 막상 들어가서 나름 준비했던 변론을 하기 위한 시간은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고 중재위원들이 바로 신청서와 반론서를 기반으로 거의 결론에 다다른 듯한 말을 한다.
그 만큼 초기 신청서가 중요하다. 신청서를 보다 충실하고 논리에 기반하여 자료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중재위원들도 우리측의 입장에 기울어지는 듯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어쩌면 이번 중재건은
그들에게 쉬운 것인지 모른다. 언론의 기사라는 것이 빠져나가 구멍들은 많고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신문을 볼 때는 행간의 의미를 읽으라고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측 기사는 누가봐도 감정적인 기사로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의
사실들까지 언급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려는 목적이 뻔히 보였으니 말이다. 중재위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때 그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기자라는 프라이드만으로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만을
부여한다면 대화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들도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질 수는 없었다.
기사삭제와 손해배상이 어느정도 받아들여진 상태에서 다음 중재일을 기약하고 나왔다.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함께 길을 나섰다.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며 이런 애기 저런 애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은 현재, 그 기사를 쓴 직원은 사퇴를 했다는 것이다. 고향에 내려간다는 이유라는데
뭐 석연친 않지만 당사자가 회사를 그만둔 상태이고 상사라는 이유로 그들이 자리에 나와서
대면을 하게 되니 나도 찜찜하다. 한 편으로는 전 직원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자 했던 나의 목적이
이상한 방향으로 달성?되었다고 보니 목표가 사라진 과녁이다. 그래서 기사삭제만 하는 것으로 하고
조정취하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끝났지만 기사삭제라는 1차목적과 전직원에 대한 어떤 목표가 있었는데 그 것도 절반은
성공하지 않앗나 싶다. 기사를 쓰고 난 이후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책임을 느꼈으리라.
사내에서는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가 있었으니 그 또한 이번 중재건이
남긴 교훈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의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는 다 사람들 사이에서 풀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모양과 형식만
다를 뿐, 나의 대응방식은 한결 같다.
"또 배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