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동료와 한 잔했죠. 세명이서 쭈꾸미 3인분. 좋아좋아.

매운맛 시켰더니 땀이 뻘뻘. 여기서 쭈꾸미 맛을 알아가지고 다음부턴 억션이나 쥐마켓,11번가에서 사먹슴다.

여기가 줄을 서서 먹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웬걸. 줄 안서도 들어갑니다.

룰룰라라 하고 들어가서 자리잡고 있는데 퍽~~ 소리와 함께 왼쪽다리에 뭔가 틱..느낌이..

알고보니 누군가 무슨일로 어느 테이블에서 술병이 깨졌습니다. 아래를 보니 유리조각이 이따시만한게...

조금 있으니까 알바생이 와서 쭈꾸미를 저어줍니다. 잘 익으라고 말이죠. 그런데 국물이 또 튑니다.

아그그..아가쒸... 오늘 왜 이리 튀지. 국물도 튀고 소주병조각도 튀고..했더니

무표정하게 쭈꾸미를 젓던 아가씨 불쌍했는지 씩 한 번 웃어줍니다.

이내 무표정. -.-;; 지가 모나리자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3377&cid=40942&categoryId=33054

 

어쨌든 우린 화기애애하게 한 잔 했죠. 그러다 보니 2병. 에이..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동료들을 보내고 자리에 앉아서 커피 한잔에 담배 한 모금 빨고 있는데 어느 할머님이 에그그..다리야..

하시면서 옆자리에 앚으십니다. 술기운에 인사를 드립니다.

다리 아프시죠? 여기 앉았다가 가세요. 어디 가세요?

네. 새절역에 가요. 아..저기요. 손짓으로 가리키며 ...

"가까운 거리지만 좀 쉬었다가 가세요.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돌아다니긴 좋으시죠?"

"네. 날씨가 아주 좋아요."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여든이요" 

그 와중에 남편되시는 분이 뒤따라 앉으십니다. 거리가 좀 되셨는 듯.

그 분이 그러십니다. "이 이는 어떻게 되 보여요"

"비슷하시겠죠? ㅎㅎ 아니 더 젊어보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이는 여든 하나에요."

"아..그러세요. 정말 젊어보시시내요. ^__^"

그리고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눴지요. 딸이 둘이고 아들이 셋인데 아들보다 딸이 낫다고, 당신들은 딸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이죠. 뭐 그렇게 소탈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또 다른 할아버님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 신사동 동사무소가 어디요"

"신사동요?" "아니 신설동요"

"네? 신설동이면 동대문구요?" 아니" 신사동..신사1동 동사무소. 저기가 응암역이잖아요"

"아뇨. 응암역은 저쪾이에요. 할아버지 어디 가시는 건가요? 제가 알려드릴께요."

"내가 아현동에서.. 신설동..신사1동..."

네, 약주를 한 잔 하셨더군요. ㅎㅎ

그 와 중에 말씀을 나누던 두 분은 일어나십니다. 인사를 드리고 그 분과 다시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알려드릴께요 신사1동 동사무소 가시는 거죠?" " 그래요. 그래... 아현동..신설동...여기 저기"

스맛폰으로 찾아보니 거리가 좀 됩니다. 할아버님. 거리가 좀 되서요. 걸어서는 힘들고 택시타고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제가 택시 잡아드릴께요. "네. 그래요. 고마워요" 

택시 한 대가 걍 지나갑니다. 헉..무임승차. 이럴수가... 한 분은 보도블럭에 앉아있고 나는 자전거 헬멧을 쓰고 있으니

이상해 보였나?? 그래도 괘씸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준비를 하고 다시 잡습니다.

"같이 가요" "네. 전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해요. 제가 잡아드릴테니 가시면 됩니다"

" 그래요... 나 돈 있어. 내가 택시비 줄께"

극구 사양하다가 택시가 옵니다. 문을열어 보내드리는 와중에도

"어여 타요. 같이 가자구요.":

"사장님. 이 분 신사1동 동사무소까지 태워주시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하고 나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 저럴 수있을거야."

근데 공연히 한 쪽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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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y

아나키스트이기보단코스모폴리탄리영희선생이그러더라추구하는건국가가아니라고진실이라고말이야그울림을가슴깊이가지고있는데그게참참쉽진않아진실을위해넌무엇을할수가있냐진실이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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