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동네. 행촌동이다. 아, 동네가 사라진 게, 아니 지명이 사라진 게 아니고
재개발이 들어가 버려서 이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재개발 들어갈 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절이어서 그런지 지나는 사람도 없던, 참 한적한 동네였다.
저 뒤로 쭈욱 가면 강북삼성병원이 있고 경향신문사가 나온다.
가까운 곳에는 그 곳에서만 40년 넘게 도가니만으로 탕을 끓여온 명가도 있었다. 점심때나
저녁때면 그 맛을 보기 위해 곳곳에서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독립문도 가까이 있고 서대문형무소가 가까이 있던 곳. 서대문형무소 맞은편 골목도
재개발의 풍파를 못 이겨내고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놈의 재개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모르겠다. 서울에 꼭 현대식 건물만 있어야 하는건가? 아닌말로 서울에 만약
어느 한 곳만이라도 초가집만으로 된 곳, 조선시대 양식으로 이뤄진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는 것은 이미 뻔해져버린 건물들과 일상들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그나마 그 곳에서 해소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떼어낼 수도 없는 현재에서 벗어나지 않고
한 발은 디딘채 다른 한 발을 옮길 수 있는 곳 말이다. 행촌동도 그런 곳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행촌동에 사무실이 있으면서 북아현동에 살았고 홍제동에 살았고 지금의 응암동으로 이사왔다.
뭐 이렇게 자꾸 바깥으로 나가는거야. 젠장.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지금 행촌동엔 거대한 철골구조물이 드립다 들어섰다.
그 것이 본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아파트촌이 들어서면 행촌동 모습이 아름다워질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다.
존재가 인식을 만드는 걸까? 아니면 인식이 존재를 만드는 걸까.
아파트는 이제 서울의 헤게모니다. 먹고 먹히는 헤게모니. 도시쟁탈전
너가 설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정말 아름다워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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