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홍찬선기자]
작년 5월부터 종합주가지수가 70% 가까이 올랐는데도 주위에서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외국인이 산 종목들은 100% 이상 수익을 낸 종목이 많은 반면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한 주식은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현물에서 손해를 본 개미들은 ‘마지막 한방’을 노리고 주가지수선물-옵션 시장으로 몰려갔다가 한방에 ‘KO패’ 당하고 증시에서 퇴출당하고 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전의 L씨, 서울 테헤란로의 N씨와 J씨, 광고사 직원 L씨 등 일부 똑똑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서 돈을 번다. 95%는 잃고, 5%만이 버는 주식게임에서 개미들이 한결같이 돈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미들은 고치기 어려운 ‘10대 고질병’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낙폭 과대 저가주 선호병 △손해보고는 절대 팔지 못하는 병 △물타기 병 △안달병 △외상 병 △탄타매매 병 △대박 환상 병 △우물 안 개구리 병 △몰빵지르기 병 △외국인과 거꾸로 하기 병 등이 그것이다.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 난 불치병 환자이네... 진짜... 그리고 개미주식으로 인한 불치병 환자....
고질병1 낙폭 과대 저가주 선호병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증시 흐름은 한마디로 ‘주가차별화’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주식은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런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 주가는 수요와 공급 및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내재가치(주당순이익과 순자산가치)가 높고 팔자보다 사자가 많은 이런 주식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주식투자를 하려면 이런 종목을 사야 큰 실수가 없다.
하지만 개미들은 이런 주식은 잘 사지 못한다. 우선 주가가 높다. 그동안 많이 올랐는데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 게다가 투자금액도 1000만~3000만원인 사람이 많다. 삼성전자 주식을 20~30주를 사자는 주문을 내면 왠지 작아 보이고 썰렁한 것 같다. 1만원 미만짜리 주식은 1000주, 2000주를 살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이제는 오를 것이라는 ‘희망’도 작용한다. 하이닉스반도체와 LG카드 등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 개미들의 대부분은 바로 ‘낙폭과대 저가주 선호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증시는 앞으로도 계속 ‘차별화’가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경쟁력이 있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고 주가는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고질병2 손해보고는 절대 팔지 못하는 병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나쁜 일이 갑자기 일어나 주가가 급락하기도 하고(주식을 산 뒤 주가가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본다), 좋은 일이 생겨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현금을 갖고 있었는데 주가가 오르면 돈 벌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이것도 위험이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는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 닥쳤을 때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가장 먼저 준비해 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손절매(損切賣)’다. 주가는 떨어질 때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떨어지고, 오를 때도 예상을 뛰어넘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외환위기 때나 2000년 3월 버블 붕괴 때처럼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흘러내릴 때가 있다.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지면 과감하게 주식을 팔아 손실을 그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그게 바로 손절매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자문 사장은 “손해보고도 주식을 잘 파는 사람이 결국 주식투자에서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주식을 살 때 주가가 15% 떨어지면 무조건 판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정말 주가가 그 수준까지 떨어지면 단순명확하게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름이 살 안된다’는 속담이 있다. 또 독사에 발가락을 물리면 재빨리 독을 팔아내야 하고 팔아내는 것이 늦었으면 무릎 아래 다리를 잘라야 살 수 있다. 손절매는 지금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살아남아 후일(주가가 상승할 때)을 도모해야 한다는 처절한 생존법칙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K씨는 ‘물타기’를 잘못해 평생 번 재산을 거의 모두 날려버렸다. 그는 1997년, 지금은 문을 닫고 없어진 동남은행 주식 5만주를 샀다. 매수가격은 7000원. 외환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주가가 급락하던 1998년초, 그는 동남은행 주가가 5000원 밑으로 떨어지자 5만주를 더 샀다.
하지만 주가는 더 떨어져 3000원까지 하락했다. 이제는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체를 정리해 30만주를 더 샀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며칠 뒤 동남은행은 부실은행의 멍에를 지고 퇴출당했다. 그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모은 재산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고질병3 물타기 병
‘물타기’가 개미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물타기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때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더 사서 평균매수 단가를 낮추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A 주식을 2만원에 1000주 샀는데, 1만5000원으로 떨어지면 1000주를 더 사 매입단가를 1만7500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물타기의 전제는 내재가치가 좋은 주식의 주가가 일시적인 충격(예를 들어 2001년9월의 ‘9?11테러’ 등)으로 폭락한 뒤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불확실하고 쉽게 변하는 주식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 한번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언제 하락세가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손실을 적게 하고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길이다.
물타기는 손절매와 반대되는 것이다. 손절매는 2만원에 산 주식이 1만8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사기 전에 정해놓은 손절매 수준이 -10%일 경우) 뒤돌아보지 않고 주식을 파는 것이다. K씨가 물타기 대신에 10% 떨어졌을 때 손절매를 했으면 그의 손실은 3500만원(5만주*7000원=3억5000만원의 10%)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2번에 걸쳐 물타기를 한 탓으로 15억원(5만주*7000원+5만주*5000원+30만주*3000원)을 날리고 말았다.
주식투자의 고수(성공자)와 하수(실패자)의 차이는 바로 손절매와 물타기의 차이다. 그 차이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워 보이지만, 물타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자신이 손절매를 하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강제적으로 손절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스스로 손절매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손해보고 팔 수 있느냐가 당신의 운명을 바꾼다.
고질병4 안달병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하도록 1980년대 말에 최초로 만들어진 뮤추얼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존 리(이정복)는 주위 사람들에게 좀처럼 유망종목을 추천하지 않는다. 1990년대 초에 아주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1992년에 SK텔레콤을 5만원에 산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SK텔레콤 주가가 10만원이 되자 팔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자주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더 오를 전망이니까 그냥 갖고 있으라고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7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10만원에 팔아야 했는데라며 나를 원망한 뒤 10만원으로 오르자 팔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 때 더 말리지 않았느냐?’며 다시 원망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그 뒤 560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지요.” 울산에 사는 J씨도 한때 전화를 자주 걸와왔다. “B주식을 산 뒤 주가가 12% 올랐는데 지금 팔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개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묘한 심리를 갖고 있다.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마음 편하게 포기’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팔지 못해 안달’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 내가 판 주식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데도 모처럼 상승하는 종목을 잡았는데도 언제 팔아야 하는지 안절부절이다.
주식투자자에게 보유주식 주가가 오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모처럼 찾아온 행복을 느긋하게 즐기면 행복이 더욱 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른 주가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행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오르는 주식은 절대 팔지 말라”며 “우량주식을 샀을 때는 증시를 떠나 여행을 가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자문 사장도 “주가가 오르는 주식을 갖고 있을 때는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면서 매도 유혹을 참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 어려우면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라”고 까지 말한다. 개미들의10대 불치병 ① 홍찬선기자 hcs@moneytoday.co.kr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J씨는 ‘프로급’ 주식투자이다. 그는 작년 7월 삼성SDI를 9만원에 사서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잡고 있어 조만간 매도할 예정. 그는 삼성SDI를 판 뒤에는 당분간 주식투자를 쉴 생각을 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유망종목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보다 자칫 잘못해 돈을 잃을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5월, 종합주가지수가 510선까지 떨어질 때부터 매수 타이밍을 쟀다. ‘주식은 모든 사람이 무서워서 갖고 있는 주식을 내다팔 때 사야 큰 돈을 번다’는 증시격언에 따라 이때다 싶어 주식을 사기로 한 것. 다만 증시주변 여건이 불투명하고 주가상승세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 매수가 늘어나고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넘어서자 상승세가 확인됐다고 보고 과감하게 매수했다”고 밝혔다.
고질병5 단타매매병
변호사 의사 교수 기자 등 4명이 의사 집에 모여서 ‘고스톱’을 치면 누가 돈을 딸까? 좀 엉뚱한 질문이지만 정답은 의사 집 안주인이다. 매 판마다 1000씩 ‘고리’를 떼서 방 빌린 값을 준다고 하면 말이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주식을 한번 사고팔면 거래대금의 1.1%(살 때 수수료 0.4%+팔 때 수수료 0.4%+거래세 및 농특세 0.3%)를 ‘고리’로 떼인다. 한달에 한번씩 1년에 12번 사고판다고 하면 13.2%를 뜯긴다. 적어도 13.2% 이상의 수익을 내야 본전인 셈이다.
한달에 2번 사고판다면 고리는 26.4%로 늘어난다. 3번, 4번 매매할 때 떼이는 돈이 얼마일지는 쉽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화나 지점에서 증권사 직원을 통해 매매할 때 무는 수수료이다. HTS에서 온라인으로 사고팔 때는 고리가 한번에 0.56%로 낮아진다. 키움닷컴이나 동원증권 등 ‘수수료 파괴’를 선언한 증권사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래가 잦을수록 수수료로 떼이는 돈도 많아지는 ‘게임의 법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3~4년 전, D증권사에 근무하던 김서용씨(가명)는 고객 돈 20억원을 맡아 운용을 해주면서 1년 동안 20억원 넘는 돈을 벌어 조그만 투자회사(부띠끄)를 차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를 해서 수수료 수입을 많이 얻은 뒤, 성과급(인센티브)을 챙겼다. 고객에게는 5%정도 수익을 내줬기 때문에 고객도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았더라면 그 고객의 수익은 5%보다는 훨씬 컸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사례와 앞에서 소개한 J씨 경우는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식을 자주 매매하는 ‘단타매매병’은 증권사(직원)만 배불려주고 결국 쪽박만 찰 가능성이 많다. 단타매매병은 주식시장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단말기 앞에 앉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주식을 사고팔지 않을 수 없다”며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 대세의 흐름을 파악해야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질병6 외상선호병
개인들은 미수거래를 자주 한다. 미수란 주식을 산 뒤 매입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사려면 계좌에 1000만원 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400만원 있으면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계좌에 들어있는 주식이 있을 경우 100만원만 있으면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매매대금은 주식을 산 뒤 3일 째 되는 날에 결제된다. 이틀 동안은 외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개미들이 미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높은 수익률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산 뒤 50만원 이익을 냈다고 해보자. 현금 1000만원을 다 주고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은 5%다. 하지만 미수를 걸어 400만원으로 10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은12.5%(수익금 50만원/투자원금 400만원)로 높아진다. 100만원으로 샀다면 수익률은 50%다.
하지만 미수는 반대매매라는 가시를 갖고 있다. 미수로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져도 3일째 되는 날에 결제대금을 계좌에 넣지 않으면 증권사는 강제적으로 그 주식을 판다. 우연히 좋은 주식을 샀기 때문에 계속 보유하고 싶어도 팔 수밖에 없는 것.
SK증권 박용선 종로지점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이 적기 때문에 2일 동안 외상으로 주식을 사서 수익률을 높게 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미수는 주가가 떨어질 때 손실이 더 커지고 단타매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수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비서가 헐레벌떡 뛰어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급락한다고 보고하자 “자네 나보고 주식을 팔라는 얘긴가. 나는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3년 동안이나 참고 기다린 적이 있다네”라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가 미수로 주식을 샀다면 이런 배짱은 도저히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한 금융회사에 다녔던 H씨는 “큰 것 한방을 노리다 은행 빚만 잔뜩 떠안았다”며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IT(정보기술)버블’이 화려한 불꽃을 터뜨리고 하락하기 시작하던 2000년 2월에 새롬기술을 샀다가 엄청난 손해를 봤다.
H씨가 새롬기술 주식을 산 것은 2000년 2월 하순. 그해 2월18일 장중에 30만8000원(액면이 500원이니까 5000원 기준으로 하면 308만원)까지 올랐던 새롬기술 주가가 21만원대까지 떨어졌을 때다. 불과 3일 사이에 30%나 폭락하자 반등을 기대하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이 주식을 샀다.
그의 ‘도박’은 잠시 동안 짜릿한 기쁨을 안겨줬다. 그가 산 뒤 이틀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극이 벌어졌다. 중간 중간에 상한가로 유혹하며 개미들을 끌어들였지만 순식간에 7만원대로 폭락했다. 주가가 불과 한 달 만에 3분의 1토막 나 버렸다.
고질병7 대박 환상병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과 환상이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대박 종목’을 족집게처럼 찍어준다는 투자설명회와 ARS 서비스에 개미들의 발길과 ‘귀길’이 끊이지 않는다. 객장에서 바람처럼, 연기처럼 떠도는 루머를 뒤쫓아 다니며 ‘한방’ 터지기를 바라는 ‘로또식 투자’를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곰곰이 생각해 보라. 확실하게 100% 수익을 낼 종목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그 주식을 사지 무슨 자선사업을 한다고 남에게 알려주겠는가. 연5~6% 정도, 높아도 연9% 정도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직접투자하면 이자를 내고도 원금만큼은 금세 벌 수 있는데, 고작 몇 푼의 강의료나 ARS 이용료를 받고 ‘천기(天機)’를 누설하겠는가 말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것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대박’의 대가는 ‘쪽박’이라는 것은 역사상 수없이 되풀이되는 ‘거품’에서 확인된다. 가까이는 1999~2000년에 맛 본 ‘IT버블’에서 70년대말의 건설주 파동은 기억이 생생하다. 1600년대의 네덜란드 ‘튤립 버블’과 1920년대 미국의 ‘폰지게임’ 등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대박 환상병’ 환자들의 한방추구를 보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미래와 사람(옛 군자산업) 선도전기 LG카드 등등 …. 대박 환상병에 걸린 개미들을 ‘파산’으로 이끈 종목은 수없이 많다.
주식투자에도 ‘역설의 법칙’이 적용된다. 골프공을 멀리 보내려면 강하지 않고 약하게(부드럽게) 쳐야(스윙) 하고, 여자 친구를 잘 잡으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돈 벌(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나 회사채 수익률보다 2배 정도 수익을 내겠다는 편한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연간 20~30% 수익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차고 증시에서 퇴출될 것인가, 아니면 욕심을 버리고 20~30%의 수익을 올릴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투자자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식투자로 전세계에서 2번째 부자가 된 워렌 버핏도 해마다 100% 이상의 대박 투자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20% 안팎의 꾸준한 수익률을 올려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고질병8 우물 안 개구리 병
울산에 사는 J씨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A 주식이 오를 것 같아 샀다. B 주식은 느낌이 좋지 않아 팔았다”는 전화를 자주 했다. 어떤 때는 “꿈에 C 주식을 사서 많은 수익을 올려서 개장 동시호가에 주문을 내서 그 주식을 샀으며, D 주식 주가가 폭락해 어쩔 줄 모르다 눈을 떠보니 식은땀이 흥건했다”는 말도 했다.
지금은 연락이 안되고 있지만 (내가 그동안 증권을 담당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나) ‘육감(肉感)’에 의존한 투자로 많은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생각돼 마음이 아프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느낌(feeling)에 따라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결론을 내려놓고 확인받기를 원하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국 경제와 증시는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외국인들은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개미는 물론 기관들도 잘 알지 못하는 분석기법과 엄청난 돈을 갖고 있다. 올 1월에는 4조원 넘게 순매수했으며 최근 4일 동안에도 1조원 넘게 순매수하는 괴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육감의 의존해(물론 개미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나를 맛있게 잡수십시오’라며 외국인에게 상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외세(外勢)들이 몰려오는데도 ‘쇄국(鎖國)’을 고집하다 나라를 송두리째 뺏겨버린 구한말 선조들의 ‘우물안 개구리 병’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
주식시장은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의 (돈을 많이 벌겠다는) 탐욕과 (돈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두려움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과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 같은 심리(心理)는 물론, 유가(油價) 환율 금리 물가 같은 거시경제변수와 기업이익 지배구조 경영자능력 업종동향 등 미시적 변수, 그리고 주식을 사려고 하는 돈의 양(수요)과 주식을 팔거나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수(공급) 등 수많은 변수들이 아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세상에는 돈과 권력 및 의지로 잘 되지 않는 것이 3가지 있는데 자식교육과 골프, 그리고 주식투자라는 말까지 있다. 이런 주식시장에서 봄날 처녀 마음처럼 수없이 변하는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주가를 ‘예측(豫測)’하려고 하지 않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끊으려고 ‘관리(管理)’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건용(鄭健溶) 전 산업은행 총재는 “가장 무서운 사람은 마음을 비운 관료”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리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하면 바람을 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은 ‘주식투자에서 가장 무섭고 성공하는 사람은 편견(偏見)을 버린 사람’이라고 응용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어느 한 사람의 의지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세운 논리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주변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도로시 리즈는 질문에는 7가지 힘이 있다 했다. 질문을 하면 답을 들을 수 있고, 생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정보를 얻는다. 또 질문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돈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며, 귀를 기울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설득이 된다.
끊임없이 질문해서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은 성공하는 반면 좁은 우물에 갇혀 내 생각을 고집하는 닫힌 생각을 가진 사람은 실패한다는 게 역사의 철칙(鐵則)이다.
[출처] 개미들의 10대 불치병 |작성자 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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